오~예 2023. 10. 17. 09:50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저, 나무옆의자 출판)


염영숙씨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는 자신의 파우치를 잃어버린것을 알게 된다.
파우치안에는 지갑이며, 통장, 신분증까지 모두 들어 있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파우치를 습득한 노숙자 고독씨와의 만남이 시작되는데..  

술을 매일 마시며 노숙생활을 해온 고독씨는 누군가와 대화를 해본적이 없어 알콜성 치매로 기억을 잃고, 말도 잃었다
그런 고독씨를 염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always 편의점의 야간알바로 취직을 시킨다.
동네에 위치한 편의점은 물건이 다양하지도 않고 매출도 많지 않아 곧 문을 닫을것 같지만 사장인 염여사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은 퇴직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편의점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을것을 염려해서 꿋꿋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말도 어눌하고 곰같이 덩치는 크고 느릿한 고독씨의 생활이 시작되는것이다.
공시 준비생인 시현, 아들의 갑작스런 대기업 퇴사후의 행적과 가출한 남편을 숨기며 집안의 두 남자, 이제는 편의점의 불편한 고독씨까지 세 남자를 답답해하는 선숙씨까지 함께 일하는 이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나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깨질 수 있는 가족의 문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황스러운 청년, 잘난 가족의 모습에서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 무조건 돈을 벌려고 하다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염여사의 아들, 평생 일했지만 가족에게 외면당해야 했던 가장의 모습까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인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훈훈하고 따스했다.
뻔히 하는 이야기일수 있지만 글로 표현되어 더욱 가슴에 심겨지는 글귀들도 많았고...

읽기전에는 그저 베스트셀러여서 관심을 가졌는데, 이제는 2권도 기대가 된다.

p14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247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252
"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