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지영 저, 창비출판)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이 소설... 경악!! 경악!! 을 금할 수 없었다.
실화가 아니라 소설이었다고 해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내용이다.
가슴이 뛰고.. 읽는 내내 숨이 헉헉 찼다. "세상에~", "에구~"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소설은 잠깐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의류사업을 시작해 부도가 나고 6개월간 벌이없이 지내던 강인호가 아내 친구의 도움으로 짙은 안개속 무진의 '자애'학원이라는 장애인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떠나는 장면과 같은 시각 철길에서 한 소년이 기차에 치여 죽는 사건. 영광제일교회의 예배당 종소리... 로 시작된다.
강인호는 처음 자애학원에 도착해서 먼저 기간제 교사 채용에 대한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는 모욕을 당하고... 학교 분위기는 침침함 그 자체다. 첫 수업에서 그는 아이들의 표정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를 살핀다. 늦게 퇴근하던 그는 여자 화장실에서 농아들만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를 따라 달려가던 그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쳐보지만 이내 농아들이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수위 아저씨께 사실을 이야기 하지만 왠지 비웃음만 돌아오는 듯하다.
이렇게 시작된 어두운 이야기는 연두의 어머니와 연두가 인권센터에 자애학원의 교장, 그의 쌍둥이 동생인 행정실장, 기숙사 교사인 박두현 선생의 파렴치한 장애아동 성폭행, 일반폭행 사건을 신고하면서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는 듯 하다.
인권센터의 서유진 간사. 이혼녀에 두아이의 엄마다. 그나마 한아이는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태어나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며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여성.. 또한 강인호의 선배이기도 한 이 서유진은 정의감에 불타있고 올곧은 사람이다.
그녀는 이 사건을 경찰서에 신고 하지만 왠지 경찰들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에 신고를 해도 성폭행 사건이 기숙사에서 일어났으니 시청 소속이라 등떠밀고, 시청에서는 교육청 소속이라 서로 미루고 있는 상태다.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서간사는 언론에 이 사건을 보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일은 점점 잘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라에서 40억의 지원을 받는 자애학원의 교장은 무진시에 큰 재벌이요 권력자였다. 안타깝지만 그는 영광제일교회의 장로로 사람들의 덕망을 받던 사람이다. 돈, 명예, 권력을 다 쥐고 있는 사람...함부로 대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정의가 승리하길 바랬지만.. 기나긴 법정 싸움으로 겨우 얻어낸 거라곤 집행유예와 박두현의 실형뿐이고 오히려 상처받은 건 과거의 아픔이 다 드러난 강인호였다.
착찹했다.
한때 떠들석 했던 '나영이 사건'의 분노가 다시 일었다. 사실 장애아동의 성폭력 사건은 보통 보다 3배나 높다고 한다. 하지만 조용하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이웃이고 한 동족인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들을 수 없다는.. 말할 수 없다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인권이 많이 무시되고 있다. 어쩌면 은연중에 우리도 그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영광제일교회 장로인 교장을 통해 거대교회가 이 시대에 한 권력에 속한다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 하다. 교회가 이 시대 권력층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지만.. 가슴 한켠이 쓰라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거대 교회와 힘없지만 정의로운 목사 한 명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그렇찮아도 기독교에 대한 나쁜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큰 교회 〓 권력으로 판단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자애학원 교장, 교사들과 전교조 교사와의 대조, 교육청의 장학사와 서간사의 대조등은 자칫 가진자와 못가진자, 일반평교사와 전교조 교사, 부와 명예를 가진 여성과 이혼녀의 비교가 도드라져있어서 전자는 권력지향적이고 후자는 정의롭다는 흑백논리가 조금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