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이 있으면 나는 당연히 "겨울이요...난롯가에 가족이 둘러앉아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요.."라고 대답했다.
워낙 몸에 열이 많고 땀도 많아 여름이 힘들기도 했지만 단지 그 이유뿐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느낌 자체가 나는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겨울이 싫어진다.
겨울에 나는 소중한 사람을 많이 잃었다. 언니도 추운 겨울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내 친구도 그렇게 갔다.
처음 언니를 보낼 때는 죽음이라는 것이 항상 나를 비껴갈 것이라고 이상한 확신을 했기에 그 배신감이 더했다.
언니를 보내고 몇달을 비디오와 함께 멍하니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눈물이 많은 나를 알고 있는 친구는 그래도 내가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슬픔을 이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는 걸 아주 오랜 후에 알았다.
친구를 잃었을 때.. 나는 tv에 빠졌다. 사람들과 얘기 하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지 않고.. 괴로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멍하니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통곡을 하는 드라마 처럼 그런 통곡은 잠시였다..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갑자스럽게.. 설겆이를 하다가도 툭툭 눈물이 흐르고.. 화장실에 앉아있다가도 그냥 눈물이 나오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다...
지금 나는 그렇다.. 멍하지만.. 내 생활 잘하고.. 잘 웃고...다닌다... 뭣때문에 고민이다..하며 고민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멍하니 눈물이 흐른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가도 눈이 빨개지고... 잠자려고 누워있다가도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좋아하는 찬양을 하면서 울컥한다.... 이런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이겨내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강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보이기 싫어서 숨어 있는 내 모습... 안쓰럽기도 하지만.. 불쌍하다..
이 겨울.. 이제 시작이다.. 추워지기 시작했고.. 손이 시리기 시작했다... 몸이 움추러 드는 이 겨울.. 나에게서 누군가를 빼앗아갈 것 같은 이 겨울... 더 슬퍼지기 전에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