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 2016. 11. 21. 13:07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ㆍ김동성 그림

문학동네)

 

조선 후기 천주학이 박해를 받던 시대의 이야기다.

필사하는 것이 직업이었던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이 빌미가 되어 천주학 쟁이로 몰려 고문을 당해 집에서 병간호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고생을 하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그 아버지에게 일거리를 주었던 책방주인 최서쾌는 세상이 조용해 지자 장이를 책방심부름꾼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책방 심부름꾼으로 도리원이라는 기생집에서 낙심이를 알게 되고, 홍교리에게 은밀하게 책을 전해야 할 때, 최서쾌가 홍교리에게 선물로 보낸 상아찌 구경을 하다가 허공제비라는 건달을 만나 상아찌를 빼앗기고, 허공제비는 상아찌를 찾으려면 돈을 가져오라고 장이를 협박한다.

고아인 장이는 자신을 돌보아 주는 최서쾌가 장아찌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 허공제비가 무섭기도 하여 그것을 찾기 위해 틈틈이 일을 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이 모든 일이 낙심이를 통해 알려지고, 최서쾌와 도리원 청지기는 허공제비를 혼쭐내준다. 하지만, 도리원에 있는 유명한 기생 미적은 허공제비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의를 베푼다.

알고보니 은밀하게 책을 전달받은 홍교리도, 건달에게 자의를 베푼 미적이라는 기생도 모두 천주학쟁이..

이 책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관대하다.

믿지 말아야할 서학을 배우고 본받는 미개인이 아니라, 천지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상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지위와 신분, 부귀를 모두 버리는 천주학쟁이에게 감탄을 보내는 것 같다.

비록 호의를 베푼 허공제비의 배신으로 도리원에 있는 미적이라는 기생과 더불어 천주학쟁이들이 관아로 끌려가지만, 그 신앙이 여전히 이 곳에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신앙의 힘은 아주 큰것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바라보면서 요즘의 기독교가 비판의 일순위에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최서쾌의 영업스타일을 볼 때, 책을 파는 책장수가 아니라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에 맞는 책을 권할 수 있는 뛰어난 안목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