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저, 북로망스 출판)
요즘 베스트셀러라고 검색이 되어 도서관에 예약한 후 대출했다. 판타지 소설인지 미리 알았다면... 내 성격상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쉽게 읽혀지고 판타지라고 해도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뻔하다면 뻔한 내용일 수 있는데 읽는 내내 나에게 위로가 되어 한숨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밤늦게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우연히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2가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는 그 능력이 발휘되는 방법을 모른채 잠이 든다. 꿈을 꾸면 꾸었던 꿈대로 실현되는 것을 몰랐던 소녀는 자신이 꾼 꿈 그대로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게 되고, 그 일은 백만 번을 다시 태어나면서까지 가족을 찾으려는 소녀의 웃음을 잃은 채 스스로를 봉인했다. 소녀는 세기를 지나 다시 태어나도 40대 이상으로 늙지 않고 죽지도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곁에서 자신에게 사랑의 온기를 준 사람들과 정이 들때면 서둘러 떠났다.
그리고 이번에 소녀는 산 아래 꼭대기 마을 - 두 면은 바다를 품고 두 면은 도시를 품은- 메리골드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이름도 없었던 소녀는 우리김밥집에서 김밥을 먹으며 이름을 묻는 분식집 사장님의 질문에 전단지에 있는 이름을 댄다. "지은"이라고.
그리고 겉은 유럽 식이고 속은 한옥의 서까래를 넣은 마음 세탁소를 마법으로 휘리릭!!
건물이 피어나는 순간을 보게 된 연희와 재하.. 용기내어 마음 세탁소의 문을 두드리고, 둘은 첫 손님이다.
먼저 지은이 내 놓은 '위로차'를 마시면서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끼고 지은이 주는 흰색 티를 입으면 자신의 아픔, 외로움, 지우고 싶은 흔적들이 티셔츠 위에 얼룩이나 구김으로 남는다.
종일 밝게 웃는 사람들 보면 왠지 마음이 짠해. 욱신거려. 종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웃음 뒤에 슬픔을 감추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웃는 거지. 마음에 얼룩으로 남은 아픔을 지워야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도 있어
재하는 영화제작을 했던 시절, 그 이전에 엄마 연자씨와 둘이서 힘들게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지우고 싶다" 고 했다. 연희는 "사랑의 얼룩"을 지우려고 했지만, 과거를 회상해보니 사랑할 때 활짝 웃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미움'과 '원망' 의 얼룩만 조금 지우기로 한다.
만약에 말이야. 후회되는 일을 되돌리 수 있다면,
마음에 상처로 새겨져 굳어버린 얼룩 같은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해질까?
정말 그 하나만 지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재하가 모시고 온 엄마 연자씨. 불우한 가정의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열심히 살았는데, 불륜녀가 되어버렸고 싱글맘이 되어버렸다.
누구에게도 재하를 맡길 곳이 없어 어린 재하를 집에 두고 밖에서 자물쇠로 잠글 때 눈물을 쏟아내야 했던 연자씨.
그 연자씨는 불행을 지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은 내게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이었다.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한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
어느 날, 딱 1인분의 위로 차가 남아 있던 밤. 그 동네 일들을 도우며 사는 택배기사 영희삼촌이 찾아온다.
영희삼촌은 마음 세탁소가 휘리릭 피어나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던 사람 중 하나였다. 늘 어두운 곳에서 이 세탁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도와주러 달려가기 위해 시간대별로 세탁소에 대해 기록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탁소를 방문한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밝은 표정이 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용기 내어 문을 두드린 것이다.
영희삼촌은 교수 아버지와 변호사 엄마, 전교 1등의 잘난 형 영수와 함께 살았지만, 학창시절 내내 왕따와 학폭을 당했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치고, 운명에 이끌리듯 메리골드에 오게 된 것.
영수삼촌은 부모님이나 형처럼 잘나지 못했지만 1분 1초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아 시계를 두 개씩 차고 다니며 시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영희 삼촌, 지난 시간들도 오늘 하루도 견뎌내느라 수고 많았어요.
내일은 버티지 말고 조금은 웃으며 살아내봐요.
하루 지나 모레도 버티지 말고 조금만 즐거워봐요.
견디고 버티고 그러다 보면 살아지긴 하는데,
그게 너무 오래 되면 삶에서 견디고 버틴 기억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마주하게 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한 봄이,
봄이를 통해서 지은은 고단하고 힘든 세상을 힘들지 않게 살아가는 비밀... 오늘 지금 이 순간임을 깨닫게 되고, 지은은 변하게 된다.
자신을 두근거리게 했던 재하의 친구 해인..
지인은 직접 버스를 타고 해인이 준비하고 있는 사진전시관을 찾아간다.
거기 그대로 있어요. 제가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