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에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문학동네)
열살인줄 알고 살았으나 어느날 열네살이 되어버린 모모와 그와 비슷한 처지의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평생 엉덩이로 살아왔던, 로자 아줌마.
이 둘의 의리,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로자 아줌마와 그녀가 양육하고 있는 아이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에서 살고 있다.
로자아줌마는 계단을 오르 내리기 힘들 정도로 살이 찌고, 짜증을 부릴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괴팍스러운 성격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모는 로자아줌마가 치매에 걸리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을 때에도,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줌마의 뒷처리를 해야하는 힘든 순간에도, 로자 아줌마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 로자아줌마는 병원에서 자기를 약으로 억지로 살게 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자신이 정신을 놓게 되더라도 병원으로 가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모모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하실의 로자아줌마의 안식처에서 그녀가 원하는 방법의임종을 지켜낸다.
장님인 하밀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모모는 "사람들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라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그렇단다." 라고 말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 - 아랍인, 유태인,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창녀와 남자였지만 여장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 들을 통해
우리가 태어난 곳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소설의 말미에 작가가 남긴 말처럼 "사랑해야만 한다." 는 것이 모모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기록해 두고 싶은 구절이 많았고 가슴 뭉클한 책이었다.
p49. 우리가 함께 공통점을 가진 유일한 것이라고는 바로 우리에겐 아무것도, 또 아무도 없다는 점이었다.
p70. 내가 때때로 본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란 자기가 한 말을 믿게 된다. 살기 위해선 그런 것들이 필요하긴 하다.
p72. 사람들은 흔히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생명에 집착한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볼때면 때로 우스운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p105. 하밀 할아버지도 내게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것도 절대적으로 희거나 검은 것은 없는 법이라고 했다. 즉 희다고 하는 것은 흔히 검은 색이 숨겨진 것을 의미하고, 또한 검다고 하는 것은 때때로 너무나 흰 것이 드러나 있음을 말한다는 것이었다.
p113. 행복해지려고 그렇게 안달하지는 않았다. 나는 삶을 더 좋아한다. 행복이란 감미로운 오물덩이요, 횡포한 것이다. 그러니 그놈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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