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최민우 옮김, 다산북스)
도서관의 대출1위를 몇 주째 하던 책이라 이게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오베라는 남자가 처음 컴퓨터를 구매하는 데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점원들을 고생시키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다보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며 읽기 시작했다.
깐깐한고, 말이 통하지 않는 노인네.... 고집불통에다 자신의 규칙에 틀어박혀 사는 할아버지인 오베. 사브를 몰지 않으면 인간취급도 하지 않는 이해불가한 사람..
소설의 중반이 다가오자 자신을 이해한 한 여자, 부인 소냐가 곁에 없음에 살아갈 희망을 잃고, 소냐를 따라 이 세상을 떠나려는 오베의 쓸쓸함이 보였고, 항상 6시 15분 전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동네 한 바퀴 돌며 마을을 순찰하는 모습에서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랑이 느껴졌다.
옆집에 사는 임산부에게는 깐깐하게 대하면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투덜더리며 움직이고 있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오베의 허술함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 지는 건... 원리 원칙이 무너지 이 세상에 아직까지 이렇게 원리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그것이 자신과 더불어 사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시임을 나타내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이고, 오베주위에 사는 이웃을 통해 아직은 우리에게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공동체가 있음을, 이웃이 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져서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도 많았다.
P332. 아마도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슬픔이 두 남자를 더 가깝게 이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픔이란 그런 점에서는 믿을 만한 감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슬픔은 대신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낼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P370. "사람들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원해요. 품위란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를 뜻하는 거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했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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